전자시계 대신 아날로그 시계로 산 한 달

왜 아날로그 시계를 선택했을까?

나는 오랫동안 스마트워치와 휴대폰 시계에 의존해왔다. 시간 확인뿐만 아니라 알림, 날씨, 심지어 메신저까지 한 손목 위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 편리했다. 하지만 그 편리함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이 있었다. 시간 확인이 단순히 ‘몇 시 몇 분’의 숫자를 보는 행위가 아니라, 내 하루의 흐름을 느끼는 감각이었음을 깨달았다.
그래서 한 달 전, 전자시계를 서랍 속에 넣고 클래식한 아날로그 시계를 차기로 결심했다. 단순히 감성적인 이유만이 아니라, 시간을 더 여유롭게 느끼고 싶었다.


첫 주, 불편함과 낯섦

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출근한 첫날, 버스 시간표를 확인할 때나 약속 시간을 맞출 때 몇 번이나 손목을 두 번씩 봤다. 전자시계처럼 초 단위로 정확한 숫자가 바로 나오지 않으니, 시침과 분침의 각도를 해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.
게다가 스마트워치의 알림 기능이 없으니,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. 하지만 이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게 했다. ‘혹시’라는 생각에 휴대폰을 꺼내는 횟수가 줄었고, 눈도 덜 피로해졌다.


두 번째 주, 시간 감각의 변화

아날로그 시계는 디지털처럼 ‘정확한 숫자’보다 ‘대략적인 흐름’을 알려준다. 예를 들어, 3시 12분은 ‘3시 조금 넘었네’로, 7시 45분은 ‘곧 8시가 되겠네’로 인식하게 된다.
이 변화가 내 하루에 미묘한 여유를 주었다. 전자시계는 나를 초 단위로 쫓아다니며 재촉했지만, 아날로그 시계는 ‘흘러가는 시간’을 보여줬다. 덕분에 일할 때도 1~2분 단위의 강박이 줄었고, 점심이나 쉬는 시간도 조금 더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.


세 번째 주, 집중력의 회복

스마트워치 없이 살다 보니 알림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많아졌다. 전에는 손목이 진동하면 자동으로 시선을 돌렸지만, 이제는 작업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다.
특히 글을 쓰거나 사진 편집을 할 때 몰입도가 확연히 올라갔다. 시간을 확인하려면 손목을 들고, 시침과 분침을 읽어야 하니 ‘딱 한 번만 보고 끝내야지’라는 마음이 생긴다. 이 단순한 절차가 무의식적으로 ‘집중 모드’를 유지하게 해줬다.


네 번째 주, 작은 즐거움 발견

아날로그 시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‘패션 아이템’이자 ‘취향의 표현’이 됐다. 시계줄을 가죽으로 바꾸거나, 다이얼 색을 계절에 맞게 선택하는 재미가 생겼다. 주위 사람들과 시계 이야기를 나누면서, 시계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.
무엇보다 매일 아침 시계를 차는 순간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처럼 느껴졌다. 전자시계는 충전과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, 아날로그 시계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한다.


한 달의 변화와 깨달음

한 달간의 실험을 마치고 나니, 시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.

  • 시간을 ‘쪼개 쓰는 것’보다 ‘흘려보내는 것’의 가치를 알게 됐다.
  • 알림 없이도 충분히 중요한 일은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었다.
  •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.

물론 앞으로도 스마트워치나 전자시계를 완전히 버리진 않을 것이다. 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나 집중이 필요한 날, 또는 조금 더 여유를 느끼고 싶은 날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차기로 했다.


아날로그 시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

혹시 당신도 스마트워치의 알림에 지치고,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든다면 한 번쯤 아날로그 시계를 차보길 권한다. 처음에는 불편하지만, 그 불편함이 시간을 다르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. 숫자가 아닌 바늘로 시간을 읽는 순간, 하루가 조금 더 길어지고, 마음이 조금 더 느긋해질지도 모른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