유튜브 알고리즘 끊기, 첫 주의 낯선 하루

왜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기로 했나

퇴근 후 소파에 앉아 무심코 켜는 유튜브. 원래는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좋아하는 채널의 새 영상을 보기 위해 들어갔지만,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흐름에 따라 시간을 쓰고 있었다. ‘5분만 보자’며 시작한 영상 시청은 순식간에 1시간을 넘어가고, 잠자리에 들 시간은 계속 늦어졌다.
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.

“내가 시간을 쓰는 건지, 시간이 나를 쓰는 건지 모르겠다.”
그 순간 결심했다. 유튜브 알고리즘을 끊고, 내가 직접 선택하는 시청 습관을 만들어보자.


첫 번째 시도: 홈 화면 비우기

가장 먼저 한 일은 홈 화면과 추천 영상 제거였다. 크롬 확장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 설정을 활용해 홈 화면을 비워두고, 자동 재생 기능을 껐다.
유튜브를 켜면 이제 아무 영상도 보이지 않고, 검색창만 덩그러니 남았다. 보기에는 단조롭지만, 유혹이 사라진 환경이 됐다.
이제 영상을 보려면 직접 키워드를 검색해야 하고, 그 과정에서 ‘정말 지금 이 영상을 봐야 하나?’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.


낯선 하루의 시작

첫 주는 생각보다 어색했다. 평소 같으면 눈앞에 펼쳐지던 화려한 썸네일과 자극적인 제목이 사라지니, 유튜브를 켜도 곧 닫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.
대신 빈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, 라디오를 듣거나, 음악 스트리밍 앱으로 넘어갔다. 처음 며칠은 허전했지만, 그 공백이 조금씩 편안함으로 바뀌었다.


변화를 체감하다

  • 시청 시간 감소
    이전에는 하루 2시간 가까이 보던 유튜브가 40분 안팎으로 줄었다. 특히 자기 전 한 시간은 완전히 다른 시간으로 변했다.
  • 집중력 회복
    추천 영상이 없으니 한 주제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됐다. 공부 영상이나 강의를 볼 때도 필요 없는 방해가 사라졌다.
  • 다른 습관 형성
    스트레칭, 다음 날 일정 정리, 간단한 집안일 등으로 시간을 채우게 됐다.

불편함과 그 이후

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. 즐겨보던 채널의 새 영상을 놓칠 때가 있었고,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가볍게 볼 콘텐츠가 떠오르지 않기도 했다.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새로운 습관의 씨앗이 됐다. 빈 시간을 활용해 평소 미뤄둔 일을 하거나, 짧게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.


깨달음

이번 실험을 통해 느낀 건 단순하다. 알고리즘을 끊는 건 단순히 추천 영상을 안 보는 게 아니라, 내 하루의 흐름을 내가 다시 설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.
누군가 정해주는 콘텐츠 흐름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, 내가 선택한 활동으로 하루를 채우면 시간은 더 길어지고 생각은 선명해진다.


앞으로의 계획

첫 주의 낯선 하루는 어색함과 허전함으로 시작했지만,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. 앞으로는 유튜브를 무작정 끊는 대신, 필요할 때만 검색해서 시청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프라인 활동으로 채울 계획이다. 알고리즘의 편리함은 인정하지만, 나를 대신해 하루를 설계하게 두고 싶지는 않다.
이 작은 시도가 앞으로 더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.